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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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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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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리얼리티 쇼로 만든 영국 TV 프로그램을 봤다.
실제 참가자 456명이 1등 상금 456만 달러를 차지하려고 각종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거쳐 설탕 과자를 동그라미나 세모 같은 모양으로 잘라내는 게임을 했다.
그들은 드라마에서 본 대로 흉내 냈다.
침을 발라 과자를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도형의 가장자리 선을 따라 바늘을 긁어가며 과자를 떼어내려 애썼다.
피부색이 달라도 혀는 다들 붉었다. 그 혀로 설탕 과자를 맹렬히 핥아 침 범벅을 만들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어른들이 아이들 놀이로 생사가 갈리는 것은 그 나름의 부조리극 장치였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필사적으로 설탕 과자를 핥는 모습은 그들이 젓가락으로 깻잎 무침을 떼어내려고 기를 쓰거나 산낙지를 삼켜보려고 입을 오물거리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줬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인이나 한국 풍경이 등장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달고나’라고 알려진 그 놀이 겸 간식은 내 어릴 적 서울에서 ‘뽑기’라고 불렀던,
엄마들이 사 먹지 말라고 엄포 놓곤 했던 길거리 불량 식품이었다. ‘
달고나’는 다른 식품 포장지에 써있었던 이름으로 기억하는데, 인터넷을 뒤져 보니 녹여 먹는 포도당 덩어리에 그런 상표가 있었다고 한다.
연탄불에 설탕을 녹여 베이킹 소다 넣고 저으면 뽑기가 되고,
소다를 좀 더 넣으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뒤엣것을 ‘소다빵’이라고 했다.
뽑기를 잘 뽑으면 하나 더 받을 수 있었고 소다빵은 그런 조건이 없었다. 드라마와는 달리 뽑기에서 바늘 쓰는 것은 반칙이었다. 누군가 몰래 바늘로 뽑기를 뽑아 오면, 뽑기 장수는 그런 아이를 기막히게 적발해 추가 증정 이벤트에서 제외했다.
초등학생 형은 동생에게 “너는 어차피 뽑기 못하니까 그냥 소다빵 먹어” 하고 기회를 차단하곤 했다.
동생이 덜 여문 손으로 서툴게 뽑기를 만지다 뚝 부러뜨리면 뒤통수를 때렸고, 울며 집에 돌아간 동생은 빗자루 들고 달려 나온 엄마로 바뀌기 마련이었다. 코흘리개 동생은 곧 빠질 앞니로 소다빵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형이 뽑기 뽑는 모습을 지켜봤다. 형도 코를 흘렸지만 가끔 오른쪽 소매로 능숙하게 콧물을 정리했다. 뽑기 풍경을 떠올리면 콧물이 아이들 소매에 얼어붙어 햇빛에 반들반들 빛나던 것이 생각난다. 아마도 이맘때 같은 계절이었던 모양이다.
설탕 녹인 물에 베이킹 소다 넣어 굳힌 것이니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못 먹을 것도 아니었다. 엄마들이 뽑기를 못 사 먹게 했던 이유는 그 영양 성분이 불량해서라기 보다 뽑기 장수 주변에 아이들이 몰려 있는 불량한 환경 때문이었다.
그때 아이들은 학원도 가지 않았고 집에 있지도 않았다. 죄다 골목에 몰려 나와 해질 때까지 있었다. 나이와 성별과 덩치에 따라 제각각 그룹을 만들어 놀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놀이 대부분이 실제 그때 했던 것들이었다. 다만 ‘오징어’는 그때 ‘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렀는데 ‘가이상’은 ‘가이센(合戰)’이란 일본어가 변한 것이라고 한다.
골목마다 흩어져 놀던 아이들은 뽑기 장수가 오면 광장의 비둘기 떼처럼 한데 모였다. 덩치 큰 아이들이 꼬맹이들 뽑기나 소다빵을 빼앗아 먹기도 했고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팔뚝을 툭 쳐서 뽑기를 망가뜨리기도 했다. 형들과 오빠들이 동생들 대신 싸웠고 집에서 뛰쳐나온 엄마들은 빗자루로 아이들 궁둥이를 몰아 집으로 데려가면서 나지막하고 단호하게 속삭였다. “엄마가 뽑기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그런 뽑기였다. 전통 음식도 아니고 한국의 맛도 아니다. 6·25 전쟁 때 미군 물자가 들어오던 부산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싸구려 설탕 과자일 뿐이다. 사탕도 초콜릿도 없던 시절에 전쟁과 가난을 잠시 잊게 해준 진통제가, 잘만 뽑으면 60억원 상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세계인의 게임이 된 셈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이상한 기분이, 내 어릴 적 뽑기와 지금의 달고나가 충돌해 휘몰아치면서 생긴 현기증임을 깨달았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전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 그가 세계를 겨냥해 내놓은 노래들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국 리얼리티 쇼 ‘오징어 게임’ 사이에 그 해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란 스포츠와 달라서, 과녁을 향해 쏜다고 엑스텐에 꽂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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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12-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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