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성길 부친은 ‘北 저승사자’ 조연준…1년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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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성길 부친은 ‘北 저승사자’ 조연준…1년전 사라졌다"
정용수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20.10.08 05:00 수정 2020.10.08 07:08
2018년 이탈리아 정부 당국의 보호 하에 서방 망명을 추진하다 2019년 7월 한국에 정착한 조성길(49) 전 이탈리아 대사대리의 아버지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자 검열위원장을 맡았던 조연준인 것으로 7일 파악됐다.
대북 소식통 “조연준 지난해까지
북 권력 30위 내 정치국 후보위원”
작년 8월 인민회의 때 주석단 앉아
이후 북한 모든 매체 보도서 사라져
작년 7월 아들 망명 탓 문책 가능성익명을 원한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은 이날 중앙일보에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아버지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검열위원장을 지낸 조연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연준은 지난해까지 당 정치국 후보위원을 지내는 등 북한 내 권력 서열 30위권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 시대 들어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북한은 해외 근무자들의 망명을 우려해 가족 중 일부를 북한에 남겨 두도록 한다”며 "망명 당시 조성길 대사대리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생활했는데 이는 특권층 자제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노동당의 최고 정책결정 기구인 당 정치국 소속 인물(본인) 또는 그 가족이 국내에 정착한 사실이 공개된 건 1997년 4월 한국에 온 황장엽 노동당 비서(2010년 사망) 이후 23년 만이다.
조 대사대리의 부친으로 파악된 조연준은 1937년생으로, ‘당속의 당’으로 불리는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아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다.
특히 조연준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당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이 자리는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점검하고, 당원들의 규율 확립을 책임지는 기구다. 그래서 당 검열위원장은 고위급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 간부들 사이에선 '저승사자'로 불린다.
북한 노동당 규약(30조)은 검열위원회의 역할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당규약을 위반하는 것을 비롯해 당규율을 어긴 당원에게 당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노동당원들의 규율을 감독했던 책임자의 아들이 한국으로 망명한 셈이다.
조연준은 지난해 8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 때 주석단에 자리하며 정치적 위상을 보여줬지만, 이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연말 열린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검열위원장을 이상원으로 교체했고, 조연준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잠적해 서방 망명을 추진했음에도 한동안 현직을 유지하다 한국으로 정착한 사실이 북한 내부에 알려진 뒤 문책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외교관이나 무역에 종사하는 인물들이 해외에서 망명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북한은 한국으로 가지 않을 경우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순차적으로 간부들의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며 “1937년생으로 올해 83세인 조연준이 고령으로 은퇴했을 수도 있지만, 아들의 망명에 대한 문책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그가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단, 그가 극도의 보안속에 한국에 왔고, 일반 탈북자들이 사회적응 교육을 받는 통일부 산하 하나원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안전가옥(안가)에서 보호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의 북한 대사관 건물을 빠져 나온 뒤 외부에서 부인과 만나 제3국으로 이동해 서방 망명을 타진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자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와 이탈리아 정부 당국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한 뒤 망명을 타진했다. 이들이 행적을 감춘 직후 북한 당국은 그의 딸을 평양으로 압송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작성일2020-10-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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