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법원 판결 뒤집고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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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대한민국에서 최은순과 천공.....이 두사람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최고 존엄'이란 말인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비리 사건’에서 기존 법원 판결을 뒤집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최근 ‘최은순 씨가 양평 공흥지구 비리에 책임이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는데, 이는 2018년과 지난 1월 나온 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였다. 법원은 “최 씨가 공흥지구 사업을 주도했고, 이 사업 시행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공흥지구 사건에 관련된 한 건설회사가 최은순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의 판결문 등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경기남부경찰청(청장 홍기현)은 ‘양평 공흥지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평 공흥지구 사건은 최은순 일가가 운영하는 가족회사인 ESI&D가 800억 원대 부동산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양평군)에 내야 할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사업 기한 또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이다.
지난 대선 당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수사 착수 1년 6개월 만인 지난 12일 최은순 씨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최 씨가 해당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지자체에 로비를 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넣은 정황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최은순 씨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최은순이 시행사 설립해 시작, 김건희 여사도 투자에 관여
‘양평 공흥지구 사건’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알려진 사건이다. 장모 최은순 씨는 물론 김건희 여사도 관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건의 개요를 정리하면 이렇다.
최은순 씨가 부동산 시행사 ESI&D를 설립하고 ‘양평 공흥지구 사업’에 뛰어든 건 2005년 7월이었다. 최 씨는 먼저 경기 양평군 공흥리 일대 임야(9421㎡)를 ESI&D 명의로 사들였다. 2009년 5월엔 최 씨의 딸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투자금 유치에 나섰다. 평소 알고 지내던 A건설회사에 투자를 권유해 8억 원을 투자 받았다. 당시 김 여사는 ESI&D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투자금은 최은순 씨 계좌로 입금됐다. 이렇게 조성된 투자금으로 최 씨는 임야 2585㎡를 추가 매입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350세대를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이었다.
최은순 씨의 ESI&D는 2011년 8월 양평군에 양평군 공흥리 일대를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했고, 이듬해인 2012년 9월 양평군은 최은순 씨를 ‘도시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같은해 11월 22일 최 씨는 양평군에서 실시계획인가를 받았다. 2014년 11월까지 공사를 끝내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졌고, 결국 최 씨는 양평군이 정한 사업 기한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했다. 사업 기한이 만료되고 1년이나 지난 시점(2015년 12월)에도 공사진행율은 67.24%에 불과했다. 분양에도 문제가 생겼다. 사업 기한 직후인 2014년 12월 기준 분양매출은 목표치 80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47억 원에 불과했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분양 실적을 채우지 못했고, 분양대금이 부족해 공사까지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 걸로 추정된다.
이렇게 사업이 엉망이 됐지만, 시행사 대표인 최은순 씨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한토지신탁을 끌어 들여 시공사 선정 등을 맡기기는 했지만(2014년 5월), 양평군을 상대로 사업 내용을 조정하거나 공사 기간 연장 허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양평군이 마음만 먹으면 사업 승인을 취소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양평군은 최은순 씨나 시행사 ESI&D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 기간 만료를 앞두고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2014년 5월 21일)과 분양 승인(2014년 8월)을 잇달아 내줬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시행사인 ESI&D는 800억 원대 분양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당연히 양평군에 내야 할 개발부담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양평군이 2016년 17억4800만 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지만, ESI&D는 이의신청을 해 한 푼도 안 내고 사업을 끝냈다.
개발부담금, 인허가 로비 의혹…법원 판결 뒤집은 경기남부경찰
이 사건 관련 핵심 의혹은 두 가지다. 첫째, 800억 원대 분양 수익이 났음에도 시행사인 ESI&D는 왜 개발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았나. 둘째, 사업 시한이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양평군은 왜 사업을 주도한 최은순과 시행사 ESI&D에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최은순, ESI&D와 함께 이 사업에 관여한 양평군 직원들이 수사대상이 됐던 이유다.
1년 6개월간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최초 설계, 기획자인 최은순 씨와 투자금 유치를 맡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의견 송치 결정을 내렸다. 시점상 최 씨와 김 여사가 이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신 경찰은 최은순 씨에 이어 ESI&D 대표를 맡은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 등 ESI&D 관계자 5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공사비 등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양평군에 제출한 혐의다. 이 사업에 관여한 양평군 공무원 3명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수사 결과는 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공흥지구 사건’과 관련된 사건 판결문 2개를 입수해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김건희 여사를 통해 공흥지구 사업에 8억 원을 투자했던 A건설회사가 시행사 ESI&D를 상대로 낸 이익배당금 반환소송 2심 판결문(서울고등법원, 2018년 6월 15일)이고, 다른 하나는 최은순 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에서 벌인 또 다른 부동산 사업과 관련 최 씨가 성남시와 진행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수원지방법원, 2023년 1월 19일) 판결문이다.
뉴스타파가 확인, 분석한 이 두 판결문은 이미 내용의 상당부분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들이다. ‘공흥지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당연히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 최은순 모녀의 ‘양평 공흥지구 사업 개입’ 인정
A건설회사가 낸 소송 판결문에는 ‘최은순 모녀가 양평 소재 부동산 매입을 주도하는 등 공흥지구 사업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적혀 있다. (참고로, 이 소송은 최은순 씨의 승소로 끝났다. 최 씨는 윤 대통령과 충암고·서울대 동기인 윤기원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에 변호를 맡겼다) 지난 1월 나온 최은순 씨와 성남시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에도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사업을 시행한) ESI&D를 지배하고 있다”고 돼 있다. 두 판결문을 통해 최소한 최은순 씨가 ‘ESI&D를 통해 공흥지구 사업을 주도’한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아래는 해당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원고(A건설회사)는 피고(최은순)가 이 사건 토지를 단순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기존에 매입해 둔 공흥리 일대 토지와 함께 개발하여 그 지상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소송 판결문, 2018.6.15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도촌동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이전받은 것은 원고(최은순)와 그가 지배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측이다. 이후 도촌동 부동산 중 임야 부분 가운데 OOO 지분의 경락대금도 원고가 지배하는 이에스아이엔디의 대출금으로 지급되었다.
수원지방법원 행정소송 판결문, 2023.1.19
그럼 경찰은 대체 어떤 이유로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본 것일까. 일단 경찰은 ESI&D가 양평군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2016년 당시 최 씨가 이 회사의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 실제 최 씨는 양평군이 정한 사업시한 약 보름 전인 2014년 11월 10월 ESI&D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니까 경찰의 논리는, 2014년 11월 이후 벌어진 개발부담금 문제, 사업 기한 이후 발생한 인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대표가 아니었던 최은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평 공흥지구’ 사건 관련 주요 4개 쟁점에 대한 경찰과 법원의 서로 다른 판단 내용. 경찰은 최은순 씨가 2014년 이후 ESI&D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공흥지구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원은 최 씨가 ESI&D의 법인 자금을 마음대로 갖다 쓰는 등 공흥지구 사업 초기부터 부동산 매입과 지자체 인허가 등 관련 시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최은순, ESI&D 돈 끌어들여 성남에서 부동산 투기
하지만 이런 경찰의 논리와 배치되는 증거, 즉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관여했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먼저 최 씨는 대표에서 물러난 뒤에도 ESI&D를 개인 회사처럼 이용, 운영했다. 앞서 소개한 2023년 1월 19일 수원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경 최 씨는 자신이 성남 도촌동에서 진행하던 부동산 투자에 ESI&D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 도촌동 땅 투자에서 은행 연체이자가 발생하자 이를 ESI&D가 갚도록 한 것이다.
최 씨는 도촌동 땅을 경매받는 과정에서도 ESI&D 명의와 법인 자금을 갖다 썼다. 경찰 논리대로 ‘최은순이 ESI&D의 소유,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면 최은순 씨가 아무 권한 없이 ESI&D 법인 자금을 횡령한 셈이 되는 것이다.
양평군이 2016년 6월 고시한 ‘변경실시계획인가’ 문서(양평군 고시 제2016-79호)를 보면, 공흥지구 사업 개발 부지의 99%는 ESI&D와 ‘개인 최은순’이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최 씨 아들 김진우 씨 명의 땅은 단 한 필지도 없었다. 모두 최은순 씨가 ESI&D를 소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최은순 씨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인 2014~2016년을 기준으로 보면, ESI&D의 지분 구조는 최은순 20%, 장남 김 씨 30%, 차남 30%, 장녀 20%였다. 최 씨가 회사와 무관하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판결문에는 최은순 씨 스스로 ‘자신이 ESI&D의 실질적 소유자이자 운영자’임을 인정하는 대목도 나와 눈길을 끈다. 공흥지구 아파트를 “저희 ESI&D가 건설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도촌동 땅을) 2016.7.7. 저희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경락을 받았다. 부림저축은행이 저희 이에스아이엔디가 건설한 경기 양평 소재 한신휴플러스 아파트에 관하여 수탁자인 대한토지신탁의 2순위 수익권(1순위는 신탁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1순위임)에 근질권을 설정하는 조건으로 50억 원 대출을 받아 경락잔금을 치렀다.”
수원지방법원 행정소송 판결문, 2023.1.19
개발 이익 챙겨간 최은순, 경찰은 한 차례 서면조사만
경찰이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던 최 씨는 양평 공흥지구 사업에서 개발 이익도 챙겨갔다. 아파트 준공이 끝난 2017년 최소 24억 8000만 원을 챙겼다. 이 돈은 최 씨가 사업 초기 ESI&D에 넣었다 빼 간 자금 36억 7000만 원과는 별도의 돈이다. 심지어 최 씨는 사업이 모두 끝난 뒤 ESI&D가 ‘이익소각’ 방법으로 만든 현금 16억 원도 받아 챙겼다. ‘이익소각’은 주주들의 주식을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바꿔 없애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이익소각 방법으로 최은순 씨에게 거액을 갖다 바쳤음에도 ESI&D는 인허가를 내 준 양평군에는 “남은 개발 이익금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부담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최은순 씨를 단 한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같은 강제 수사도 없이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참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당시 ‘양평 공흥지구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을 취임식에 초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경기 남부경찰청 홍기현 청장은 지난 3월 치안감(경찰청 경비국장)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양평 공흥지구 아파트 단지 조감도.
시행사인 ESI&D는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에서 지하 2층, 지상 12~18층, 5개동,
총 350가구 규모의 아파트 개발 사업을 벌였다. 사업 면적은 22,411㎡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최고 존엄'이란 말인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비리 사건’에서 기존 법원 판결을 뒤집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최근 ‘최은순 씨가 양평 공흥지구 비리에 책임이 없다’며 불송치 결정했는데, 이는 2018년과 지난 1월 나온 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결과였다. 법원은 “최 씨가 공흥지구 사업을 주도했고, 이 사업 시행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공흥지구 사건에 관련된 한 건설회사가 최은순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의 판결문 등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2일 경기남부경찰청(청장 홍기현)은 ‘양평 공흥지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평 공흥지구 사건은 최은순 일가가 운영하는 가족회사인 ESI&D가 800억 원대 부동산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양평군)에 내야 할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사업 기한 또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이다.
지난 대선 당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수사 착수 1년 6개월 만인 지난 12일 최은순 씨를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최 씨가 해당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지자체에 로비를 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넣은 정황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최은순 씨에 대해 한 차례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최은순이 시행사 설립해 시작, 김건희 여사도 투자에 관여
‘양평 공흥지구 사건’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후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알려진 사건이다. 장모 최은순 씨는 물론 김건희 여사도 관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건의 개요를 정리하면 이렇다.
최은순 씨가 부동산 시행사 ESI&D를 설립하고 ‘양평 공흥지구 사업’에 뛰어든 건 2005년 7월이었다. 최 씨는 먼저 경기 양평군 공흥리 일대 임야(9421㎡)를 ESI&D 명의로 사들였다. 2009년 5월엔 최 씨의 딸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투자금 유치에 나섰다. 평소 알고 지내던 A건설회사에 투자를 권유해 8억 원을 투자 받았다. 당시 김 여사는 ESI&D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투자금은 최은순 씨 계좌로 입금됐다. 이렇게 조성된 투자금으로 최 씨는 임야 2585㎡를 추가 매입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350세대를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이었다.
최은순 씨의 ESI&D는 2011년 8월 양평군에 양평군 공흥리 일대를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했고, 이듬해인 2012년 9월 양평군은 최은순 씨를 ‘도시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같은해 11월 22일 최 씨는 양평군에서 실시계획인가를 받았다. 2014년 11월까지 공사를 끝내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졌고, 결국 최 씨는 양평군이 정한 사업 기한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했다. 사업 기한이 만료되고 1년이나 지난 시점(2015년 12월)에도 공사진행율은 67.24%에 불과했다. 분양에도 문제가 생겼다. 사업 기한 직후인 2014년 12월 기준 분양매출은 목표치 800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47억 원에 불과했다.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분양 실적을 채우지 못했고, 분양대금이 부족해 공사까지 지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 걸로 추정된다.
이렇게 사업이 엉망이 됐지만, 시행사 대표인 최은순 씨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한토지신탁을 끌어 들여 시공사 선정 등을 맡기기는 했지만(2014년 5월), 양평군을 상대로 사업 내용을 조정하거나 공사 기간 연장 허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양평군이 마음만 먹으면 사업 승인을 취소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양평군은 최은순 씨나 시행사 ESI&D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 기간 만료를 앞두고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2014년 5월 21일)과 분양 승인(2014년 8월)을 잇달아 내줬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시행사인 ESI&D는 800억 원대 분양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당연히 양평군에 내야 할 개발부담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양평군이 2016년 17억4800만 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지만, ESI&D는 이의신청을 해 한 푼도 안 내고 사업을 끝냈다.
개발부담금, 인허가 로비 의혹…법원 판결 뒤집은 경기남부경찰
이 사건 관련 핵심 의혹은 두 가지다. 첫째, 800억 원대 분양 수익이 났음에도 시행사인 ESI&D는 왜 개발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았나. 둘째, 사업 시한이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양평군은 왜 사업을 주도한 최은순과 시행사 ESI&D에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최은순, ESI&D와 함께 이 사업에 관여한 양평군 직원들이 수사대상이 됐던 이유다.
1년 6개월간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최초 설계, 기획자인 최은순 씨와 투자금 유치를 맡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의견 송치 결정을 내렸다. 시점상 최 씨와 김 여사가 이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신 경찰은 최은순 씨에 이어 ESI&D 대표를 맡은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 등 ESI&D 관계자 5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개발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공사비 등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양평군에 제출한 혐의다. 이 사업에 관여한 양평군 공무원 3명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수사 결과는 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공흥지구 사건’과 관련된 사건 판결문 2개를 입수해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김건희 여사를 통해 공흥지구 사업에 8억 원을 투자했던 A건설회사가 시행사 ESI&D를 상대로 낸 이익배당금 반환소송 2심 판결문(서울고등법원, 2018년 6월 15일)이고, 다른 하나는 최은순 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에서 벌인 또 다른 부동산 사업과 관련 최 씨가 성남시와 진행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수원지방법원, 2023년 1월 19일) 판결문이다.
뉴스타파가 확인, 분석한 이 두 판결문은 이미 내용의 상당부분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들이다. ‘공흥지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당연히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원, 최은순 모녀의 ‘양평 공흥지구 사업 개입’ 인정
A건설회사가 낸 소송 판결문에는 ‘최은순 모녀가 양평 소재 부동산 매입을 주도하는 등 공흥지구 사업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적혀 있다. (참고로, 이 소송은 최은순 씨의 승소로 끝났다. 최 씨는 윤 대통령과 충암고·서울대 동기인 윤기원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원에 변호를 맡겼다) 지난 1월 나온 최은순 씨와 성남시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판결문에도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사업을 시행한) ESI&D를 지배하고 있다”고 돼 있다. 두 판결문을 통해 최소한 최은순 씨가 ‘ESI&D를 통해 공흥지구 사업을 주도’한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아래는 해당 판결문 내용 중 일부.
원고(A건설회사)는 피고(최은순)가 이 사건 토지를 단순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기존에 매입해 둔 공흥리 일대 토지와 함께 개발하여 그 지상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소송 판결문, 2018.6.15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도촌동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이전받은 것은 원고(최은순)와 그가 지배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측이다. 이후 도촌동 부동산 중 임야 부분 가운데 OOO 지분의 경락대금도 원고가 지배하는 이에스아이엔디의 대출금으로 지급되었다.
수원지방법원 행정소송 판결문, 2023.1.19
그럼 경찰은 대체 어떤 이유로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본 것일까. 일단 경찰은 ESI&D가 양평군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2016년 당시 최 씨가 이 회사의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 실제 최 씨는 양평군이 정한 사업시한 약 보름 전인 2014년 11월 10월 ESI&D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니까 경찰의 논리는, 2014년 11월 이후 벌어진 개발부담금 문제, 사업 기한 이후 발생한 인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대표가 아니었던 최은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평 공흥지구’ 사건 관련 주요 4개 쟁점에 대한 경찰과 법원의 서로 다른 판단 내용. 경찰은 최은순 씨가 2014년 이후 ESI&D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공흥지구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원은 최 씨가 ESI&D의 법인 자금을 마음대로 갖다 쓰는 등 공흥지구 사업 초기부터 부동산 매입과 지자체 인허가 등 관련 시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최은순, ESI&D 돈 끌어들여 성남에서 부동산 투기
하지만 이런 경찰의 논리와 배치되는 증거, 즉 최은순 씨가 공흥지구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관여했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먼저 최 씨는 대표에서 물러난 뒤에도 ESI&D를 개인 회사처럼 이용, 운영했다. 앞서 소개한 2023년 1월 19일 수원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2015년경 최 씨는 자신이 성남 도촌동에서 진행하던 부동산 투자에 ESI&D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 도촌동 땅 투자에서 은행 연체이자가 발생하자 이를 ESI&D가 갚도록 한 것이다.
최 씨는 도촌동 땅을 경매받는 과정에서도 ESI&D 명의와 법인 자금을 갖다 썼다. 경찰 논리대로 ‘최은순이 ESI&D의 소유,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면 최은순 씨가 아무 권한 없이 ESI&D 법인 자금을 횡령한 셈이 되는 것이다.
양평군이 2016년 6월 고시한 ‘변경실시계획인가’ 문서(양평군 고시 제2016-79호)를 보면, 공흥지구 사업 개발 부지의 99%는 ESI&D와 ‘개인 최은순’이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최 씨 아들 김진우 씨 명의 땅은 단 한 필지도 없었다. 모두 최은순 씨가 ESI&D를 소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최은순 씨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인 2014~2016년을 기준으로 보면, ESI&D의 지분 구조는 최은순 20%, 장남 김 씨 30%, 차남 30%, 장녀 20%였다. 최 씨가 회사와 무관하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판결문에는 최은순 씨 스스로 ‘자신이 ESI&D의 실질적 소유자이자 운영자’임을 인정하는 대목도 나와 눈길을 끈다. 공흥지구 아파트를 “저희 ESI&D가 건설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도촌동 땅을) 2016.7.7. 저희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가 경락을 받았다. 부림저축은행이 저희 이에스아이엔디가 건설한 경기 양평 소재 한신휴플러스 아파트에 관하여 수탁자인 대한토지신탁의 2순위 수익권(1순위는 신탁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1순위임)에 근질권을 설정하는 조건으로 50억 원 대출을 받아 경락잔금을 치렀다.”
수원지방법원 행정소송 판결문, 2023.1.19
개발 이익 챙겨간 최은순, 경찰은 한 차례 서면조사만
경찰이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던 최 씨는 양평 공흥지구 사업에서 개발 이익도 챙겨갔다. 아파트 준공이 끝난 2017년 최소 24억 8000만 원을 챙겼다. 이 돈은 최 씨가 사업 초기 ESI&D에 넣었다 빼 간 자금 36억 7000만 원과는 별도의 돈이다. 심지어 최 씨는 사업이 모두 끝난 뒤 ESI&D가 ‘이익소각’ 방법으로 만든 현금 16억 원도 받아 챙겼다. ‘이익소각’은 주주들의 주식을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바꿔 없애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이익소각 방법으로 최은순 씨에게 거액을 갖다 바쳤음에도 ESI&D는 인허가를 내 준 양평군에는 “남은 개발 이익금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부담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최은순 씨를 단 한번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같은 강제 수사도 없이 한 차례 서면조사만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참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당시 ‘양평 공흥지구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을 취임식에 초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경기 남부경찰청 홍기현 청장은 지난 3월 치안감(경찰청 경비국장)에서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양평 공흥지구 아파트 단지 조감도.
시행사인 ESI&D는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에서 지하 2층, 지상 12~18층, 5개동,
총 350가구 규모의 아파트 개발 사업을 벌였다. 사업 면적은 22,41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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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5-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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